📌 일러두기: 이 글에서 선형성은 정보나 이야기가 차례대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것, 비선형성은 정보나 이야기가 맥락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음을 뜻해요.

요약: 인쇄물은 저자 중심의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입니다. 웹은 비선형적이고, 독자가 주도하며, 실행 가능한 콘텐츠를 강하게 추구합니다. 인쇄물은 이야기 형식의 예시를 선호하지만 웹은 포괄적인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완전한 문장들이 모여 인쇄물을 만드는 반면, 온라인에는 프래그먼트(주어나 동사가 빠진 불완전한 문장)가 많습니다.

저는 웹과 TV의 차이를 설명하는 칼럼을 여러 번 썼는데요. 둘의 차이는 요약하자면 전진과 후퇴입니다:

• 웹에서 사용자들은 몰입하고 싶어하며, 장소를 이동하고 일을 처리하고 싶어 합니다. 웹은 능동 매체입니다.
• 시청자는 TV를 시청하는 동안 즐거워하고 싶어 합니다. 시청자는 휴식 모드에 돌입하며, 무언가를 선택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TV는 수동 매체입니다.
  
  

재밌는 웹사이트, 유익한 TV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미디어의 대조적인 스타일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하지요.

인쇄물과 웹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매체에 맞는 고유한 콘텐츠 스타일이 필요합니다.

예시: 키 큰 여행자

최근 키 큰 사람들의 여행 고충에 관한 뉴욕 타임즈 종이신문 기사를 읽었는데, 제목이 "Coping with the Tall Traveler’s Curse(키 큰 여행자가 겪는 불편함에 대처하기)”더군요. 이 헤드라인은 인쇄물과 온라인 콘텐츠의 스타일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 인쇄물에서 'Tall Traveler’s Curse' 같은 표현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문구입니다. 이 기사는 택시 뒷좌석에 몸을 구긴 키 큰 남성의 사진을 실어, 기사를 훑어본 누구나 내용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반면, 같은 제목을 온라인에 올린다면 웹용 글쓰기 가이드라인을 몇 가지 위반하게 됩니다:
  • 첫 세 단어로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사용자는 웹에서 대개 왼쪽을 중심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용을 스캔(F패턴)하기 때문에 "키 큰 여행자"와 같은 단어로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 몇 단어가 관심을 끌지 않으면 그 뒤 단어는 절대 보지 않습니다.
  • 제목에 검색 엔진 최적화(SEO)에 중요한 '비행기 좌석', '호텔 침대' 등의 키워드가 없습니다. 세로가 긴 침대를 제공하는 호텔이나, 다리가 길어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비행기 좌석을 찾기 위해 “curse(저주)”를 검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 "Tall travelers curse"라는 표현은 전체 주제를 보여줄 만큼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인터넷 기사는 링크만 첨부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때 기사의 내용을 썸네일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헤드라인만으로도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무엇을 얻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의 향기를 제공해야 합니다.

내러티브 콘텐츠 VS 능동적인 콘텐츠

신문 기사나 마케팅 브로슈어 등의 인쇄물에는 이야기성 콘텐츠가 담긴 경우가 많은데, 이런 콘텐츠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보단 더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쇄물에서는 콘텐츠의 내러티브를 더 흥미롭게 하기 위해 사례나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웹 콘텐츠에 사례나 이야기를 활용하면, 콘텐츠가 장황하게 느껴져 사용자의 속도를 늦추고 요점 파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인쇄물에 있는 라스베가스 팜스 카지노 리조트의 키 큰 손님용 객실 설명은 다소 흥미롭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키 큰 손님용 객실을 온라인으로 찾고 있는 상황에선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웹 콘텐츠는 간결하고 빠르게 요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용자는 일반적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페이지를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그들은 검색으로 페이지에 들어옵니다. 웹 사용자는 실행 가능한(actionable) 콘텐츠를 원하며, 당장의 목표와 무관한 이야기에 시간을 쓰지 않기를 원합니다.

웹사이트가 사용자 개인의 이야기를 서포트하고 싶다면, 미리 준비한 이야기를 제공하기보단 방대한 정보를 압축하고 조합해 사용자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충족시켜야 합니다. 말하자면 웹 콘텐츠는 공급자 중심 내러티브가 아닌 사용자 중심 내러티브인 것이지요.

인쇄물에서 내러티브를 활용해 무언가를 설명하려면 완벽한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프래그먼트(주어나 동사가 빠진 불완전한 문장)로 정보성 키워드만 노출시켜 불필요한 단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웹 사용자는 우리가 쓴 동사의 18%만 읽기 때문에, 단어를 잘라냈다고 MS Word가 빨간 밑줄로 문법을 지적하는 건 그냥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그럼 E-Learning은 모순일까?

전 선형적인 저자 중심 내러티브가 갖는 교육 효과를 여전히 믿습니다. 다만 웹은 그런 내러티브에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대신 500년 동안 사용된 책, 혹은 32,000년 동안 사용된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하기(파워포인트 프로젝터가 현대판 모닥불이죠) 같은 오래된 내러티브 방식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 봅시다.

제가 계속 책을 쓰고, 교육 세미나를 개발하는 이유는 새 개념을 딥러닝하기엔 책과 세미나 같은 매체가 가장 적합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웹은 큰 그림을 학습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변화합니다. 걱정 마세요. 웹 말고 다른 미디어도 많고, 각각의 강점도 있으니까요. 또 웹은 배경지식을 갖춘 사용자가 작은 정보 덩어리를 배우는 형식의 학습에는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방금 "모닥불에 둘러앉아 공부하기"가 약 32,00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어림잡았는데, 고등 문화와 크로마뇽인이 그때 출현했기 때문입니다. 네안데르탈인도 모닥불을 피웠겠지만 현대 인류만큼의 문화적 깊이는 없었기에, 그들이 모닥불 주변에서 나눈 이야기는 제 세미나와 사뭇 달랐을 거라고 보는 거죠. 크로마뇽 문화가 32,000년 전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제가 실제로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아뇨, 인터넷에서 찾아본 거예요.

사용자의 이기심을 고려한 글쓰기

인쇄물, TV 같은 선형적 매체에서 사람들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구성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독자는 저자가 이끄는 대로 기꺼이 따르려고 합니다.

비선형적인 웹 환경에서는 그 규칙이 반대로 적용됩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가진 당장의 욕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여러 소스의 콘텐츠를 조합해 자신만의 경험을 구성하려 합니다. 사람들은 목표를 갖고 웹사이트에 방문하며, 황소처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이트가 강요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절합니다. 배너 블라인드니스(광고 무시 현상)는 이런 이기심의 극단적 표출에 불과하지요.

특히 B2C 전자상거래나 전문 B2B 사이트와 같은 상업 사이트에서 사용자는 원하는 정보만 골라 집중합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사용자 요구에 초점을 맞춘 실행 가능한 콘텐츠를 작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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